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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행복꽃책갈피" 독서동아리 한겨례신문 소개
작성자 인천남동구중독관리센터 이메일 nd_jungdok@naver.com
작성일 2020-05-19 조회수 3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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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남동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는 독서동아리가 있다. 동아리 회원은 주로 알코올 중독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중년 남성들이다. 알코올 중독자는 삶의 고달픔과 외로움을 술로 풀려고 하다가 습관적 음주로 이어지게 된 사람이다. 이들 대부분 자신이 중독자임을 인정하지 않거나, 술 먹는 이유를 주변 환경과 남의 탓으로 돌린다. 중독이 심해지면 성격이 왜곡되기도 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은 가족, 직장, 건강 등 삶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작년 9월 시작한 독서동아리의 이름은 ‘행복꽃책갈피’로, ‘알코올 중독으로 단절된 삶과 내면에 각자 행복의 꽃을 피우자’는 의미를 담았다. 동아리 실무자인 사회복지사들을 뺀 나머지 10명의 회원 대부분은 요리사, 버스 운전사, 보석세공사, 직물 판매업자 등으로 일하던 사람들이다. 대부분 젊은이도 노인도 아닌 나이인데다 술자리를 피해야 하기에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중독자에게 책읽기는 더더욱 필요하다. 독서는 단순히 술을 끊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균형 잡힌 사고, 감정 인식, 정서 표현, 실천적 변화에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운동은 뇌세포를 생성하지만, 독서는 뇌세포를 유지해준다.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면서 술과 멀어지는 동기를 강화할 수 있다.

 

이만재(가명) 회원은 “책이 어렵기만 한 건 아니더라”라며 “나도 내가 이렇게 책을 좋아할지 몰랐는데, 가족들도 내 모습을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김문수(가명) 회원은 “독서동아리에서 읽었던 책들을 집에 꽂아두니, 딸이 아빠도 책을 보냐며 깜짝 놀라더라”라면서 “어깨가 으쓱했다”고 전했다. “친구들이 만나면 이 나이에 무슨 독서동아리냐고 하면서도 내심 부러워하더라”라고 최인준(가명) 회원은 말했다.

 

이렇듯 중년의 아저씨들이 거칠고 투박한 손에 책을 들면서 삶이 변했다. 성한진(가명) 회원은 “혼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도서관에 회원들이 함께 가서 대출 카드를 만들어 주머니에 넣을 때의 뿌듯함을 잊을 수 없다. 이제는 도서관을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도 한다. 김성화(가명) 회원은 “책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시간 남아도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호기심도 생기고 점차 흥미 있는 책도 생기더니 이제는 책을 찾아서 읽는다”고 했다.

 

독서동아리를 통해 용기를 얻어 늦은 나이에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을 간 회원도 있다. 야학을 하며 힘들 때마다 노트 한구석에 적어 둔 글을 보면서 힘을 내기도 하고 일기 대신 시를 쓰기도 했다. 우리는 독서토론, 연극,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독서토론. 책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고 나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개인적인 상처를 나누기도 한다. 회복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하루 버티는 이야기, 다시 만들어가는 삶의 희망을 나누며 우리는 연대한다. 함께 글의 힘을 믿고 사람의 힘을 믿는다. 중독으로 흩어졌던 삶의 균형을 다시 세우며 회복의 길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다.

 

한겨레 기사 2020년 5월 18일  신문 게재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450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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